봄밤
소란하는 밤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어나
흰 눈이 그치고 노랗게 물든 날
있지, 이런 날이 오면 꼭 생각나
사라질 듯 말듯 빛 바랜 기억
거리에 서성거리는 작은 모습에
소중한 걸 담아두고
저 멀리 떠났었던 그리웠던 장면을
우리는 하나씩 펼쳐
너와 나 그 봄 밤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그때 우리 갔던 자리
쓸쓸히 남겨진 소리 뿐
살살 머물던 계절은
금방 지나가
손이 차가운 세상이 어느새 다가와
있지, 이런 날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는 그날의 시간
너와 나 그 봄 밤에
지울 수 없는 말들을
그때 우리 봤던 하늘
쓸쓸히 남겨진 나
가려져 숨겨진 나의 마음도
저 멀리 날아 갈 때에
미련을 넘은 후회의 순간도
다 홀로 가져가길 바래
안녕 이란 말을
애써 뒤로 숨긴 채
곁에 쓰라린 흔적만 아아
너와 나 그 봄 밤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그때 우리 걸었던 시간의
발자취마저
더 깊어져
너라고 불러 그때의 나를
서툴었던 우리의 마음을
추억 속에서 가끔 살아 갈게
그리워서 그려 그 봄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