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에게
윤닭늦은 저녁 현관문을 열고
반겨주는 강아지를 안아주고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쓰러지듯
가만히 누워 있다
운동 식단표가 붙은 냉장고 문을 열다
일주일 정도 겨우 해냈던 것 같은 어렴풋 기억에
잠깐 미소 짓고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왜
눈물이 나는 걸까
핸드폰 속 세상은 가끔 낯설 때가 있어
저마다 어울리는 행복을 찾은듯해서
난 그게 어렵나 봐 길을 잃어버린 듯
웃는 방법조차 기억이 나질 않아
괜찮아 아가야 한 걸음씩 걸어가자
넘어져도 돼 엄마가 다시 일으켜 줄 테니
혼자 일어서는 법을 수백 번 배운 난데
잡아줄 손 없인 아직 두렵기만 한가 봐
어디로 가는 건지도 왜 가야 하는 건지
이젠 궁금하지도 내게 되물을 힘조차
없는데 그저 하루 흘려보내는 게
이토록 난 어려운 걸까
괜찮아 괜찮아 나를 위로해 줄 사람
내가 기댈 수 있도록 나를 다독여야만
그게 어른이라면 난 어른 안 할래
난 아직 어린애인가 봐 그런가 봐
아가야 힘들면 쉬었다 가자
무너져도 돼 아빠가 꼭 안아줄 테니까
다시 웃게 되는 날이 올 거라 믿고 있어
언제나 그랬듯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