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안예은

태초에 신이었던 자와

신의 피조물이었던 자들과

또 죽음과 삶이라는 이름으로

균형을 맞추어가던 자들이

 

한 데 엉켜 추락하던 날

모든 것이 뒤틀리던 날 지나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홀로이 나 서있네

 

승리하리라 이겨내리라

어둠 속의 작은 등불이 되어

밝게 비추리라 다시 찾으리라 나

그때의 찬란한 우주

 

싸워내리라 올라서리라

눈 덮인 산 푸른 깃발이 되어

인도하리라 바로잡으리라 나

이토록 어지러운 우주

 

다시 세우리라 나

새로운 우리의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