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했던 시간

성시경

바쁜 며칠이 지났고

어젠 좀 잠을 설쳤고

물을 마시다 컵을 든 채로 또 멍하니

난 뭘 하는 사람이더라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래 나는 널 사랑하던 사람

챙겨주지 못해 시든 화분과 쌓인 옷가지

또 하루는 시작되나 봐

그저 아침이 밤이 되는 과정들

언제쯤 나을까 내 마음은

몇 날이 지나면 네가 편해질까

널 사랑했던 시간들 전부 나라서

괜찮은 척 지내는게 잘 안돼

아무렇지 않은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멀어지는 건 늘 이렇게 유난스러워

너의 안녕을 바라고

조금은 아팠음 하는

앞뒤가 안 맞는 나도 내가 참 그래

켜 놓은 채 보지 않는 TV와 조용한 전화

아무 일도 없는 하루와

찬 맥주 한 캔 나의 네가 저물어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가면

결국 잊겠지만 너무 먼 이야기

널 사랑했던 시간들 그 어딘가에서

어제가 오늘인 지금을 살아가

너를 사랑했던 시간 그보다 더 오래

아파해야 나을까 내 마음은

몇 날이 지나면 네가 편해질까

널 사랑했던 시간들 전부 나라서

괜찮은 척 지내는게 잘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