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조장혁

면도를 하다 칼날에

턱 끝을 베고 마네요

문득 거울에 그대 얼굴

스친 것 같아

상처 따위는

잊은 채 멍하니 굳어지네요

까칠한 수염 깎아 주던

그대 기억에

 

신발을 서둘러 신다가

멈칫하게 되네요

무슨 발이 이리 크냐며

내 신발을 신고 어색하게 걷던

그대 떠올라서

 

아직도 보낼 게 더 남았나 봐요

이별이 끝인 줄 알았는데

내 곁에서 그대 하나 보내기도

정말 아팠는데

아직도 잊을 게 더 많은가 봐요

모두 털어버린 것처럼

기억 못 한다고 나 소리쳐 보지만

그댈 떠나는 게 잘 안돼요

 

무심코 담밸 물다가

눈시울이 또 시큰해

담밴 나빠요 입 맞추던

그대 생각에

내뿜는 연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처럼

괜시리 고갤 숙여 보는

내가 쓸쓸해

 

한참 지난 이별인데도

그대 향기 남아서

미련 속에 미련 남긴 채

하루에 수십 번 하루에 수백 번

바보가 되는데

 

아직도 보낼 게 더 남았나 봐요

이별이 끝인 줄 알았는데

내 곁에서 그대 하나 보내기도

정말 아팠는데

아직도 잊을 게 더 많은가 봐요

모두 털어 버린 것처럼

기억 못 한다고 나 소리쳐 보지만

그댈 떠나는 게 너무 힘이 들어

 

얼마나 많은 날이 가야 하나요

언제쯤 난 괜찮아질까요

그대 묻은 하루하루 보내는 게

이젠 고통이죠

얼마나 더 버려야 내 맘속에서

그대 향기 지워질까요

잊으려 할수록 못 잊는 내 마음만

더 잘 보이는 날 아는데

잊으려 할 때마다 그댈 잊겠다는

다짐부터 먼저 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