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잖아

전상근

문밖을 나서고

널 만나러 가는 길에

한순간도 설레이지 않아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바뀐 계절처럼 너는

내게서 새어 나갔어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건

네가 아직 나를 볼 때

처음과 같은 눈빛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착한 너라서 어쩔 수 없이 또

이별을 미뤄

잘 지낼 수 있을까

서로를 못 보게 돼도

남들처럼 이별에 익숙해질까

함께 보내는 시간

서로가 불행하다면

사랑을 말해도 되는 걸까

너와의 약속이 중요하지 않아

그런 나를 다 알고서

서운해하는 네 모습에

답답해지고 미워지고

괜히 너 없던 혼자가 부러워

상처만 늘어

잘 지낼 수 있을까

서로를 못 보게 돼도

남들처럼 이별에 익숙해질까

함께 보내는 시간

서로가 불행하다면

사랑을 말하면 안 되잖아

처음엔 아쉬움만 남던

널 바래다주는 이 길마저

이별에 가까워질수록

지겹게 느껴져

처음 우리 모습과

지금의 우리 모습이

이렇게 달라질 줄 알았더라면

마음 없이 널 만나

그게 더 아픈 거잖아

이제 우리 그만 헤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