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어반자카파

한낮에 더위로 쓰러져가는

나에게 물을 줘요

푸르게 다시 고개를 들면

마음에 잔 바람이 불어

 

이제는 너무 어른이 되어서

상처도 안고 가요

뿌리를 내려버린 기억들

전부 나의 조각인걸

 

열 손가락 하나씩 접어 나가고

헤아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니

나를 위해서 흘렸던 그대 눈물은 모두

흙이 되고 물이 되어 나를 일으키죠

 

해가 지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리운 네 생각을 해

괜찮아 이 밤이 좀 길어도

아침은 꼭 찾아올 거야

 

열 손가락 하나씩 접어 나가고

헤아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니

나를 위해서 흘렸던 그대 눈물은 모두

흙이 되고 물이 되어서

 

이젠 어둔 밤에 갇혀서

누구보다 긴 새벽을 헤매지 않아

지나간 기억이

언젠가는 비가 되고 시가 될 테니까

 

열 손가락 하나씩 접어 나가고

헤아리며 하루 또 하루 견뎌내니

나를 위해서 흘렸던 그대 눈물은 모두

흙이 되고 물이 되어 나를 일으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