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니고

10CM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