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濛雨)

권진아

꽃이 피고 진 흔적들과

마주한 그 시절의 우린

떠나버린 계절을 붙잡지 못한 채

흘려보낸 마음 담아

그날이 참 따스했구나

찬바람이 불어오던 날

그대 온기로 살아갈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다시 내게 올까

내 바람아 저 멀리 불어다오

나의 바람아 멀리 불어다오

이 마음에 내린 그리움을

그가 알지 못하게

가랑비를 내려주오

그날이 아름다웠구나

달빛에게 기대어 앉아 나

길을 잃었던 어린 시절의 맘에

다시 봄이 내게 찾아올까

내 바람아 저 멀리 불어다오

나의 바람아 멀리 불어다오

이 마음에 내린 그리움을

그가 알지 못하게

가랑비를 오 내려주오

길고 길었던 이 시간을 지나올 테니

사랑 가득히 떠나가주오

내 바람아 이제는 놓아주오

내 바람아 나를 놓아주오

이 마음에 내린 그리움을

그가 알지 못하게

가랑비를

가랑비를 내려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