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이문세

이젠 바람이 불어도

흔들지도 흔들리지도

무엇도 애타지 않는

눈물조차 마른 내가 되었지만

오늘처럼 이런 하늘이면

멀리서 불러보는 이름

다시 만날 수는 없다 해도

들리지 않아도 말하고 싶어

넌 혼자 울지 않길

넌 나를 잊기를

뒤돌아보지 않기를

이 마음 사랑이라 해도

사랑이 아니라 해도

끝내 변하지 않을 얘기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쌓였던 눈이 녹아도

나는 변하지 않네

나의 사랑은 고인 물처럼

계절을 모두 녹이며

그 자릴 맴돌아

희미해도 사라지지 않아

손끝에 남아 있는 기억

다시 만날 수는 없다 해도

들리지 않아도 말하고 싶어

넌 혼자 울지 않길

넌 나를 잊기를

뒤돌아보지 않기를

이 마음 사랑이라 해도

사랑이 아니라 해도

끝내 변하지 않을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