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얘기지만

김동률

옛 얘기지만

다 지나버린 얘기지만

느닷없이 또 날 괴롭혔고

곱씹으면 다 알 것 같아

그래서 더 난 미치겠어

왠지 모를 화가 났었고

그날따라 난 아이 같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과 눈빛 말투 몸짓

모두 네게 쏟아냈지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처럼 슬픈 눈을 하고선

차라리 나에게 화라도 냈담

그럼 난 편했을까

그렇게 내게 벌을 준 걸까

먼 얘기지만

이룰 수 없는 얘기지만

버릇처럼 또 난 떠올렸고

셀 수도 없이 고치고 또 바꾸고 빌고

그런 헛된 상상 속에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 대신 나를 안아 주었지

차라리 나에게 화라도 냈담

그럼 널 잊었을까

그렇게 내게 벌을 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