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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일

익숙한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켜

작은 창문을 열어봤어

언제 계절이 바뀐 건지 익숙지 않은

낯선 바람냄새와 분주한 사람들

 

둥근 탁자 위 김이 빠진 맥주 캔

구겨진 내 마음처럼 던져버렸어

 

거울 속 내 모습은 더 이상 웃질 않아

멈춰버린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아무것도 모르던 꿈처럼 행복했던

그때가 돌아올까 그때가 돌아올까

 

비좁은 방 한구석에 몸을 웅크려

혼자 떠드는 TV를 봤어

정돈되지 않는 머릴 쓸어 넘기며

아무 의미도 없는 표정으로 웃네

 

낡은 옷장에 색이 없는 외투들

흐트러진 내 마음처럼 엉켜져 있어

 

거울 속 내 모습은 더 이상 웃질 않아

멈춰버린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눈부신 순간들과 빛이 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을까

 

거울 속 내 모습은 더 이상 웃질 않아

멈춰버린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눈부신 순간들과 빛이 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