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아

가만히 불어온 바람을 맞이한다

온몸이 시리도록

아팠다 무뎌진다

그렇게 모든 게 아련해진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나는 또다시 널 찾는다

밤이 점점 길어져

가끔 비추는 햇살이

기쁘고 낯설다

익숙한 어둠 속

그렇게 또 한번

완벽히 무너진다

내 안에 가득히 머물다 떠나간다

하나의 공식처럼

기억을 움켜쥔다

우수수 빠져나간다

모래알처럼

어둠보다 어두운 곳

그리움에 또 뒤척인다

밤이 점점 길어져

가끔 비추는 햇살이

기쁘고 낯설다

익숙한 어둠 속

그렇게 또 한번

완벽히 무너진다

깊게 파고드는 너의 조각

아플수록 더 꽉 안는다

밤이 더 어두워져

가끔 널 닮은 햇살이

너무 간절하다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