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번호가 뜨는 일

이예준

헤어짐을 후회한

유일한 남자가 있어

그래 나 아직 못 잊은 것 같아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장 서툴 때 만나

아쉬움이 많은 사랑이었어

이제 들리지 않는

네 얘길 난 궁금해하며

슬픈 마음에 널 찾아보곤 해

날 잊고 그 사람 곁에서 행복하니

나를 밀어낼 만큼 그녀를 사랑하니

매일 걸려오는 전화 중에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건

니 전화 니 번호가 뜨는 일

오늘은 내 생일이야

축하한다는 연락이

올까 괜한 기대에 설레곤 해

넌 참 다정한 사람이니까

분명 기억하고 있을 거야

혹시나 해 약속도 안 잡았어

생각나지도 않니

이제는 무덤덤할 만큼

네 마음에서 날 지워버렸니

날 잊고 그 사람 곁에서 행복하니

나를 밀어낼 만큼 그녀를 사랑하니

매일 걸려오는 전화 중에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건

니 전화 니 번호가 뜨는 일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랑 하지 마

좋았던 기억들로 난

좀 더 버텨볼 거야

너를 기다릴 거야

내 이름을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

잘 지냈냐는 너의 어색한 한마디에

쏟아지는 눈물을 참고서

왜 이제서야 전활 했냐고 난 물었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이야

많이 보고 싶었다고 용기를 내 말해

늦어서 미안하단 말을 듣고 나서야

대답도 못할 만큼 울었어

그렇게 원했던 니 전화

끊지마 끊지 말고 내게 와

빨리 와 너무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