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조용필

우리가 처음 마주친 순간

내게 들어온 떨림

그때는 뭔지 나는 몰랐어

햇살이 붉게 물드는 창밖

저녁노을의 끝에

자꾸만 걸려 너의 얼굴이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

어쩐지

워어 느낌이 달라

워어 눈뜨는 아침이

워어 이렇게 빛나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봐도

우리 마주치던 순간에 와

나는 분명하게 기억해 워어

결정적인 찰나

후우우우 후우우우 후우

반짝이던 찰나

후우우우 후우우우 후우

재미없기로 소문났었던 내가

썰렁한 말에

실없이 웃고 많이 들뜨네

봐봐 모두들 멋쩍은 눈빛

나조차 적응이 안 돼

사람의 일은 알다 모르지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

어쩐지

워어 느낌이 달라

워어 낯설은 세상이

워어 너 혼자 몰라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봐도

우리 마주치던 순간에 와

나는 분명하게 기억해 워어

결정적인 찰나

후우우우 후우우우 후우

반짝이던 찰나

후우우우 후우우우 후우

할 말이 끊기고 가까워질 때면

농담이나 툭툭

화제를 돌리고 돌리며

할 얘기가 넘치는 척

여유 부리는 척

너의 집 근처에 가까워질 때면

다른 길로 빙빙

핸들을 돌리고 돌리며

길눈이 좀 어두운 척

괜히 헤매는 척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

어쩐지

느낌이 달라

묘했던 기분을

이제는 알아

허튼 마음 같은 건 먹지 못해 난

우리 마주치던 순간에 와

나는 분명하게 기억해 워어

결정적인 찰나

후우우우 후우우우 후우

반짝이던 찰나

후우우우 후우우우 후우

그렇게 빤히 날 바라다볼 때면

머릿속이 윙윙

진정해 침착해 침착해

지금 나는 어지러워

너무 어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