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적응

이현준

일단 잔부터 비워

내가 아까부터 미뤘던

술 좀 계속 먹어 달란 말

집안 무너진 표정

말고 잔 비워

넌 상식을 좀 벗어난단 말과

알지 너 여자들이 싫어한다

니 농담이 좀 필요하다

니 상식을 벗어난다 해서

비상식이 되는 건 아니지 하는 말을 삭이지

겨우 예민함을 참아냈어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듯 높게 올라간 톤

산만 한 덩치를 택시에 넣어

알아들을 수 없게 꼬였네 고장난 혀

그때 니가 했던 말이 날 빡 때려

너 이 새끼 애 보듯 보지 말래 투정 부린다고

차라리 화를 내 싫어 너의 풀이 다 꺾인 모습은

술 먹고 화난 아빠는 견뎌도

풀 죽은 건 견딜 수 없거든

 

오늘밤은 깨어 있어

비상등은 켜 있어

깜박

어젯밤이 계속 돌아오는 기분

나는 어디 있어

오늘밤은 깨어 있어

비상등은 켜 있어

깜박

내일 밤이 계속 돌아오는 기분

나는 어디 있어

 

밤에 달리는 택시 백미러에 차가

빨리 사라지지만 니 말이 기억에 남아

나 취했었나 봐로 넌 또 피해서 나가지만

나도 모르게 욱해서 칠 뻔했잖아

난 다 적응했지

쌓인 걸 잘 덮으면 지나가고

터질 것 같아 보이지만

뻥 뚫렸지

내 마음은 서툴렀지만

난 아닌 척을 했지

이걸 알아챌 수가 없는 관계만 더 끌렸지

어제는 깜박거리는 밤이

잠깐 꺼지는 상상

해본 적이 있어 잠깐

잠과 꽤 비슷하나

잘못 번역됐나 봐

죽을 용기로 산다는 말이

내일 밤이 돌아보고

돌아오는 밤이 내게 돌아오면

나는 어디 있는 건가 싶었어

매일 돌아오는 밤에 너무 과잉 적응했나 봐

나 돌아가는 밤이 더 이상 아쉽지가 않아

 

아마도 넌 지금

돌아오겠지

이 밤을 난 더

아쉬워 않게 되어

아마도 넌지시

그리워하겠지

돌아오는 밤이 또

돌아가는 밤이 되어

이 늦은 밤

이 늦은 밤

과잉이 돼

과잉이 돼

과잉이 돼

이 늦은 밤

과잉이 돼

과잉이 돼

과잉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