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겨울

김범수

바람이 흐느껴 울던

겨울은 한참

멀어진 것 같은데

길가에 흐드러진

봄의 향기를 담은

꽃들마저도

나는 느낄 수가 없네

따듯한 미소로

날 바라보지만

내 맘은 아직 겨울인 가봐

피어난 사랑 앞에

흔들리는 건

너를 바랄 수 없는

초라함 때문일까

너무 아름다워 아픈 사람아

슬픈 눈빛으로 웃던 사람아

내게 운명처럼 다가와

나를 사랑해 준 사람아

이젠 꿈처럼 희미해 지길

빗물이 흘러내리는

창가에 앉아

너를 떠올려 보네

밤새워 써 내려간

눈물 묻은 편지들은

어느새

이 비에 다 씻기어 간다

따듯한 기억으로

남겨지지만

내 맘은 아직 겨울인 가봐

못 다 핀 사랑 앞에

망설였던 건

너를 가질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일까

너무 아름다워 아픈 사람아

슬픈 눈빛으로 웃던 사람아

내게 운명처럼 다가와

나를 사랑해 준 사람아

이젠 꿈처럼 희미해 지길

시린 겨울처럼 아린 사람아

다신 그리워도 못 볼 사람아

짧은 계절처럼 다가와

내가 사랑했던 사람아

이젠 봄처럼 따스해 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