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병 (I Lost Me)

황치열

맘 편히 잠든 게 언제였는지

쉬는 법을 잊은 것 같아

물을 마셔도 씻겨 내려가지 않아

내 속에 얹힌 고민만

 

햇살에 떠밀려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난 자신이 없어

날은 밝은데 흐릿해 내 마음만

나 혼자서만 비가 와

 

잘하고 있다고 누가 말 좀 해줘

다 이렇게 살고 아파하고 참는 거라고

어른이라는 게 참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누가 내게 좀 말해줘

 

예전엔 뭘 해도 기대가 되고

하고 싶고 되고픈 게 많았던 난데

하얀 종이 위로 빼곡했었던 내 모든 꿈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내가 잊은 건지

 

잘하고 있다고 누가 말 좀 해줘

다 이렇게 살고 아파하고 참는 거라고

어른이라는 게 참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누가 내게 좀 말해줘

 

거리를 지나는 저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더디게 사는 거라고

다 시간이 가면 다 지나고 나면

더 좋은 날이 기다린다고

거짓말이라도 내게 말해줘

 

긴 하루의 끝을 정리하는 지금

자고 나면 아픈 나의 맘이

조금은 나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잠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