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보노

김제형

우린 여태 만나고 있지

서로를 잘 알면서

서로를 모르면서

몇 번은 울고불고 했지

지금 생각하면은

기억이 잘 안 나

더 좋았던 날들이

향기가 진한 걸까

영원할 것 같던 슬픔들도

이젠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그것은

단지 시간이 지나선

아닐 거야

아무리 긴 대화 속에 있어도

더 멀리 아주 멀리 가고 싶어요

너의 얘기 속에 내 모습이 되고 싶은 걸요

그 생각은 변함없는 걸요

시시했던 얘기도

왜 그리 재밌는지

이따가 세상에 돌아가기 그 전에

딱 한 번만 더 듣고 싶은 이런 기분

그건 아마 설명이 안될 거야

아무리 긴 대화 속에 있어도

더 멀리 아주 멀리 가고 싶어요

너의 얘기 속에 내 모습이 되고 싶은 걸요

향기롭게 왜 웃어요

함께 함께하자는 그 말이

왜 그렇게도 뭉클한 건지

너의 미래와 이렇게 나란히 포개 있는

지금만이 내겐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