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로꼬

중계본동 중계 주공 7단지에서

재현고까진 어림잡아 삼십 분

은행사거리의 사거리를 한참이나

지나오면 운전면허학원 입구

수능이 끝나니 거리로 쏟아지는

핸들을 잡아보라는 수많은 전단지들

난 그걸 사뿐하게 즈려밟고 지나쳐

관심 없어 그냥 빨리 새 삥 자전거 자물쇠 키나 줘

아무리 계산해봐도 나의 이십 대

삼십 대의 돈벌이로는 뚜벅이의 인생을 면치 못할 거니까

계속 지나쳐도 돼

결국 그걸 배울 돈으로 난 재수학원에

7년이 더 지났고 이젠 2015년

뜨거운 여름 예상대로 난 뚜벅이야

근데 뜬금없이 AOMG 김수혁 이사님이

운전면허증의 유무를 물어봐

 

이제야 낼 수 있는 추임새

아직도 기분 찌릿해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등에 올라탄

다음엔 그냥 편하게 SEAT BACK AND RELAX

난 몰고 있어 호랑이

검은 색깔의 호랑이

지금 몰고 있어 호랑이

이렇게 빨리 올진 몰랐지

 

RESPECT RESPECT RESPECT YOURSELF

아직까지도 난 외쳐대고 있지 셀 수 없게

good morning, 10m 주행을 위해서

난 새로운 신분증을 따야만 했지 급하게

난 이제 오빠 차에 감정이입이 가능한

뚜벅이 출신 초보운전 겸손하게 속도를 줄였지

작업실은 논현동 한복판에

항상 숨 막히는 퇴근 시간에 이동할 때

날 위협하는 트럭 아저씨는 얄짤이 없어

양옆에 문짝은 도화지가 돼버렸고

도둑고양이가 된 듯 새벽 길만 어슬렁

거리다 보니 좀 더 쎈캐가 필요해졌어

그래서 난 주문했지 검은색의

지금 타고 있는 호랑이

그림을 그리고 있어 검은색의

좀 더 커다래진 도화지

 

이제야 낼 수 있는 추임새

아직도 기분 찌릿해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등에 올라탄

다음엔 그냥 편하게 SEAT BACK AND RELAX

난 몰고 있어 호랑이

검은 색깔의 호랑이

지금 몰고 있어 호랑이

이렇게 빨리 올진 몰랐지

 

SEAT BACK RELAX

MY LIFE IS BLEAC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