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스트

박경

아무것도 안 할래

태어난 김에 숨은 쉬지만

온몸이 축 처지는 게

다시 나른하고

피가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야

그냥 디비 잘래

손가락 까딱까딱 거리는 것도 귀찮아

Um ya I'm a 귀차니스트

인간의 3대 욕구는

수면욕 식욕 성욕이라는데

난 딴 건 안중 밖인데

왜 이것들만 특화된 건데

들러붙는 거머리들의 전화가 울려대도

내 무거운 엉덩이를 떼게 하기엔

메리트 없어 역부족이네

또 휴대폰 옆구리를 찌르네

잠은 죽어서 자라는데

그럼 난 죽은 듯이 살래

날 감싸는 소파에 기대서

등 따시고 배불리 늘어질래

치즈 인 더 트랩

그래도 날 계속 찾아줘

내가 답이 없더라도

계속 귀찮게 해줘

사실 외롭단 말야

아무것도 안 할래

태어난 김에 숨은 쉬지만

온몸이 축 처지는 게

다시 나른하고

피가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야

그냥 디비 잘래

손가락 까딱까딱 거리는 것도 귀찮아

Um ya I'm a 귀차니스트

낯선 사랑

낯선 설레임을 바라기엔

이전 것들을 지키기도 벅찬데

베개에서 안 떼져 머리가

온몸을 감은 듯해 아령 덩이가

바깥공기가 어떤지 이러다 까먹겠어

바람이나 쐐볼까

아무것도 안 할래

태생이 난 게으른가 봐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나른하고 나른하고 나른하고

그냥 디비 잘래

손가락 까딱까딱 거리는 것도 귀찮아

Um ya I'm a 귀차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