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죽음 앞에서
이선희너의 죽음 앞에서
큰 눈에 짙은 보조개
늘 당당하던 네가 갔다.
네가 죽었다는 그 말이
뇌리에 박히는 순간
횅하니 찬 바람이 나를 뚫어 버렸다.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
혼자만이 겪어야 했던 시간들
무섭도록 닥쳐오던 그리움을 감춘 채
웃음짓고 노래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어쩌면 너는 나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생활'과 싸웠을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흙을 파내어
너무도 많이 남은 너의 삶을 송두리째
묻어 버렸을 때,
난
무서웠다.
눈길 위에 눈물을 쏟으며 돌아오던 길,
비밀스러이 숨겨둔 나의 물음에
어쩌면 또 하나의 해답을 택한 널 생각하며
과연 어느 것이 더 나은 길이었나
풀 길이 없는 더 큰 의문만이
착찹한 내 가슴을 누른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여기에 있는데
너는 가버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