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이다 (Stained)

백아연

고운 날이 또 흐르네

해는 또 기울어

오늘도 못다간 발걸음을

살포시 내딛어

나 이제 그대를

새하얀 꽃잎

처럼 물들여

언젠가

얼룩이 지듯

나 그대와

함께 하기만을

바라

어스름 달빛은 흐려져가

빛은 또 차올라

떨리듯 조금더 내미는

나의 손길 뒤엔

하이얀 꽃잎 위

작은 점 하나

검게 피어나

점점 물들어 가는

그대 모습

희미해져 가며

늦진 않았는지

언젠간 우리는

나 이제 그대를

새하얀 꽃잎

처럼 물들여

언젠가 얼룩이 지듯

나 그대와

함께 하기만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