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왜

백지영

무뎌져 버린 듯한 아픔도

멈춰버린 슬픔도

모두 지워져 버린 기억도

흩어져간 추억도

하필 왜 이 거리에

이 시간에 네가 서 있니

한 순간에 전부 밀려 들어온

이 아픔과 슬픔과 너의 기억

대체 어떻게 참았을까

무너져 버린 듯한 심장과

터져버린 눈물과

전부 기억나버린 기억들

흩어져간 우리들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네가 나를 알아보기 전에

뒤돌아서 뛰어버렸어

하필 왜 이 거리에

이 시간에 여길 왔는지

한 순간에 전부 기억나버린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너를

대체 왜 떠나 보냈을까

다시 무너져 버린 일상과

되돌려진 슬픔에

얼마나 얼마나 더 아파야

널 지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