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싫은 일

백지영

집에서처럼 입고 길을 걷다 우연히

너를 떡 하니 마주치는 일

그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산뜻하게

아무렇지 않듯 웃는 너 보는 일

 

너의 팔짱을 끼고 빤히 날 쳐다 보며

무심하게 서있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군지 묻지 않아도 알면서

굳이 관계를 또 묻는 나

 

정말로 너무 싫은 일

상상조차 하기 싫던 그런 일

다시 만나길 매일 원해도

이렇게 만큼은 싫던 그런 일

 

왜 내게 일어난 거야

하필이면 이렇게 만난 거야

다시 만나면 멋진 얼굴로

영화처럼 안부를 묻기를 꿈꿨는데

 

어떻게 지내냐고 인사조차 못하고

어설프게 말을 더듬는 일

빨개진 내 얼굴에 너무 티가 나는데

그것조차 숨기지도 못하는 일

 

그런 내가 안 쓰러 신경을 써주는 너

짜증스레 재촉하는 그녀

떠밀리듯 떠나며 인사를 건네는 너

멍하니 쳐다보는 난 바보

 

정말로 너무 싫은 일

상상조차 하기 싫던 그런 일

다시 만나길 매일 원해도

이렇게 만큼은 싫던 그런 일

 

왜 내게 일어난 거야

하필이면 이렇게 만난 거야

다시 만나면 멋진 얼굴로

영화처럼 안부를 묻기를 꿈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