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Again)

임창정

니가 없는데도 해는 뜨고 또 지고

창 넘어 세상은 하나 변한 게 없어

삼켰었던 내 슬픔이 갑자기 터져왔어

내가 살고 싶던 삶이란 아 이게 아닌 걸

아마도 운명이 나를 잘 몰랐기에

우리의 인연을 엇갈리게 했나 봐

이 세상에서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건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아 함께 있는 것

하지만 난 사랑했잖아 살아있었던 거야

니 곁에서 함께 했던 날 동안

그걸로 됐어 나를 완전히 태울 수 있었던

축복을 내게 줬으니

참아 볼게 잊어도 볼게 널 위해서라면

허나 그래도 안 되면 기다릴게 그때 또 다시

온몸에 품어도 바람은 흘러가고

밤새워 지켜도 꽃은 시들겠지만

하늘 아래 니가 있어 오늘도 난 눈부셔

널 향한 마음엔 시작만 아 있는 이유로

(그걸로 됐어 나를 완전히)

태울 수 있었던 축복을 내게 줬으니

(참아 볼게 잊어도 볼게)

널 위해서라면 허나 그래도 안 되면

기다릴게 기다릴게

그때 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