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멀리 온 걸까

메마른 바람이 불어와

문득 감은 눈을 떠보니

시들어버린 나 혼자만 또 남아있다

구겨진 시간을 펴보니

온통 못난 주름뿐인데

날 다그쳐 달려 온 여긴

어디쯤일까 난 자꾸만 뒤 돌아본다

길었던 어둠의 끝에서

쏟아지는 비를

누구보다도 난 기다렸던 거야

눈물이 스민 자리에

다시 내가 피어 자라게

Let it rain

그대가 행복하다면 날 찔러 주소서

빛바랜 나무가 되게 하소서

미안하죠 이런 나여서

하나의 소설이 쓰여 기억하게 하소서

어리광 피웠던 날 받아줘서 고마워했던

그댄 사랑 이었군요

그대 내게 가르친 건 그저 내가 받은 걸

뿌려주길 했던 걸요

우린 말라가는 땅 숨이 막혀갈 때

손 내밀지 못했던 날 후회하며 탓해

Wait 왜

얼룩진 내 몸을 씻어내려 주길 바라

위기를 기회 삼아 그댈 담으려 하소서

그때가 온다면 눈 감게 하소서

그댈 다시 피어나게 하여서

Let it rain

길었던 어둠의 끝에서

쏟아지는 비를

누구보다도 난 기다렸던 거야

눈물이 스민 자리에

다시 내가 피어 자라게

Let it rain

남김없이 나를 적시고

새로운 빛의 길로 흘러가

수없이 길을 잃어도

끝내 다시 찾아낼 수 있게

나 그날에

고된 세상을 끝까지 안는 거야

미완성된 이야기가

눈부시게 끝날 수 있게

바래본다

Let it rain

Let it rain

시간의 해일 속에서도

휩쓸림 없이 굳게 서서

온전한 나로 살 수 있게

부서져버린 심장 속에

아직 빛나는 날 찾아내

빛으로 걸어갈 수 있게

Let it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