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노을

떠날 수가 없어요

이 자리에 서서 뿌리 내린 굵은 나무처럼

그대 떠난 곳에서

한 걸음만 움직여 봐도 발이 아파와요

 

계절이 아무리 나를 지나도

내 가지조차 꺽지 못하죠

 

언젠가 그대 돌아오는 언젠가

다시 나를 찾는 언젠가

반드시 올 그날 날 찾을 수 있게

내 두 팔을 더 벌리고 대지를 굳게 딛고

그댈 향해 난 자랄거예요

 

눈물이 날 때마다 내 안으로 가득 삼켜봐요

내게 물을 주듯

우리 추억도 내겐 한 여름의 햇살과 같죠

날 자라나게 하죠

 

그대 뒤를 따라 걷진 못해도

그대 쉴 그늘을 준비하죠

 

언젠가 그대 돌아오는 언젠가

다시 나를 찾는 언젠가

반드시 올 그날 날 찾을 수 있게

내 두 팔을 더 벌리고 대지를 굳게 딛고

그댈 향해 난 자랄거예요

 

목을 죄는 타는 여름도 살을 에는 겨울 바람도

난 견딜거예요 이 자리에 서서

 

믿어요 그대 돌아오길 믿어요

내게 다시 올 걸 믿어요

누구도 이 믿음 빼앗을 순 없죠

핏줄이 마르기 전엔 심장이 뛰는 한은

믿을게요 돌아오기를

기다려요 이 자리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