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아파도

노을

손끝이 아려왔어

밤새 할말이 참 많아서

돌아 누운 네 등뒤에다

손가락으로 긴 편지를 썼어

네가 깨면 떠나갈 자신이 없어

 

단추가 떨어졌어

네가 꿰매준 옷깃에서

덜컥 이별이 실감나서

굵은 눈물이 또 떨어졌어

자꾸 발이 안 떨어져

난 어떡해

정말 미안해

이것밖에는 난 안되는

못난 놈이라서

 

아파도 아파도 사랑해서

눈물이 흘러도 행복해서

그래서 괜찮아

나는 너를 만나서

네 사랑 받았던 남자니까

 

사랑도 사치였어

나와는 어울리지 않았어

맞지 않는 옷 구두를 걸친 듯이

점점 날 옥죄어 왔어

네게 해줄게 없는 난

내가 싫었어

 

제발 약속해 잘 살아 준다고

네 남은 행복을 위해서

 

아파도 아파도 견뎌내줘

추억도 힘들면 미워해 줘

내가 널 떠난 게

얼마나 잘 한건지

시간이 흐르면 알 테니까

 

아는 거니

애써 잠든 체 하는 거니

작은 네 어깨가

왜 들썩이고 있는지

햇살에 드러난 네 베개가

왜 젖어 가는지

네 속눈썹이 왜 떨리는지

또 입술을 깨무는지

 

아파도 아파도 사랑해서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아파도 그대)

눈물이 흘러도 행복해서

그래서 괜찮아 (정말 그래도 난 괜찮아)

나는 너를 만나서(너를 만났으니까)

네 사랑 받았던 남자니까

 

시간이 흐르면 알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