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홍반장의 동네산책 #1

박현정

계동길 입구에서 창덕궁을 바라보며 걸으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나와요

그 이름은 볼링장

창덕궁 옆길로 걷다보면 행운가득 럭키세탁소

그앞 공터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도란도란 궁녀들의 빨래터를 돌아

원서동 터줏대감 금동이와 인사하고

고희동미술관을 뒤로 하고 걸으면

달이 뜨는 비화림책방

만세삼창 중앙고에서 계동길로 내려오면

오래된 미용실 흑백사진 물나무사진관

한국화가 배렴가옥 지나 미소 가득한

카페 소소에서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대구참기름집에서 오후에 흘러나오는

고소한 향기를 맡다가

댕댕이랑 길냥이랑 같이 걷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똑딱똑딱 홀린 듯이 찾아간

그곳 이곳은 북촌탁구

어린이와 대결에서 패배한

나를 가만히 위로해주는 곳은

계동길 초입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 두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