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면

라노(LLANO)

난 갈수록 그림을 그려

찍고 그으며 얼굴을 그려

계속 덧그려 그늘이 지고

올라있던 꼬리들은 늘어져 더

너의 그런 점이 좋아 라고도 내게 말했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답을 꼭 정해 말했지

나의 이런 점을 보고선

내게서 '어떤' 면을 바라고 또 바라봤니

아 그 사이에 선을 그어 난

난 점점 점점

어느새 점들은 내가 되어 버려있네

그어 선 선 낯 선

손으로 문대봐도 지워지지 않을 자국

나의 점 선 면

그래 이런 내가 됐어

내 면을 찾아내지 말아 줘

다 타고 재만 남아 그을려진 눈 밑

그 타고 남은 재가 번져 버린 낯빛

날 때부터 있던 건지 흉터가 된 건지

마른 세수를 해도 거울은 그대로지

왜 자꾸만 변하려고 해

웃어 보이는 게 어색해서 일그러뜨리네

너의 그런 면이 싫어 넌 내게 말했지

네가 원치 않는 나를 보고서 내게 말했지

나의 이런 점 또 저런 점

네가 미워하는 점도 나인데

아 나를 아무렇게 그리네

난 점점 점점

어느새 점들은 내가 되어 버려있네

그어 선 선 낯 선

손으로 문대봐도 지워지지 않을 자국

나의 점 선 면

고작 이런 내가 됐어

내면을 찾아내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