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천용성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

오랜만에 만난 너의 머린 짧았고

우리는 오래된 의식처럼

따뜻한 밥을 먹었지

왠지 조금 먼 듯한 기분이야

내색하진 않았지만

난 모르는 척 철없는 말

끝이 없는 농담 시시한 아이처럼

너는 나보다 낫고 발라서

나의 흠과 실수를 다 알 것 같아서

아니 항상 난 네 앞에 서면

행복한 마음만큼 무서웠어

혹시 만약 네가 묻는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걱정스러워

테두리가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풀 죽은 잎사귀처럼

너는 나보다 낫고 발라서

나의 흠과 실수를 다 알 것 같아서

아니 항상 난 네 앞에 서면

행복한 마음만큼 무서웠어

너의 따뜻한 표정과 말투

나의 흠과 실수를 다 알게 할까 봐

아니 항상 난 네 앞에 서면

행복한 마음만큼 무서웠어

행복한 마음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