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증명서 (Feat. 김필)

에픽하이 (EPIK HIGH)

내 첫 악기는

아빠가 긴 출장 다녀오며 사준 장난감 오르골

내가 만져본 첫 타자기는

그가 서재에서 깊은 밤마다 두드리던

그래 내 모든 재능 속엔

그가 양보해준 젊음이

숨 쉬고 있어

삼 남매 연년생인 형과 누나는

눈만 마주쳐도 티격태격

늦둥이 막낸 온 집안을 헤집어대

인상 쓰던 아빠가 이해돼

우리 집은 정적이 쌀만큼 귀했네

이젠

좋은 날 에도

웃음소리 보다 빈자리의 고요가 더 크네

마지막으로 아빠의 야윈 품에 안겨 깨달았지

천국도 나이 드네

I don't like who I've become

I don't know who I've become

그저 내가 나라서

참 외로워

날 이해해주는 건

나를 안아주는 건

이젠 아무도 없어

외로워

난 가끔 생각나

연탄 냄새와 반지하 단칸방

우리 네 식구 첫 울타리

창 하나 없던 어둠 속에서 꿈을 꿨지만

한 이불 아래 누워있던 유일한 시간

늘 가족보다 한 걸음 더 앞서 걷던

아빠의 발걸음은 느릿해져 가네 점점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하나도 줄지 않았네 엄마의 걱정

항상 텅 빈 집에서 혼자 기다리던

겁많은 동생도 어느새 가장이 돼서

요즘은 거의 딸바보가 다 됐지

나보다 부모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겠지

한 가정이 이제 세 가정이 되고

시끌벅적한 대가족이 돼도

함께 살아온 시간보다 짧겠지

그 시간조차 후회들로 가득 차겠지

I don't like who I've become

I don't know who I've become

그저 내가 나라서

참 외로워

날 이해해주는 건

나를 안아주는 건

이젠 나밖에 없어

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