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XIA(준수)

내 걸음이 좀 빨라서

한 걸음 뒤에서 걷고

늘 덜렁대는 날 보면

요즘 웃을 일 많아 좋다던

멋쩍은 사과 대신에 괜한 화를 내도

눈치 없는 척 웃곤 했던

그런 널 흉내 내나 봐

애인이 생겼다는 친구에게

잔소리 따윌 하곤 빈정대며

잘난 척 하는 난

그런 널 닮아 가나 봐

더딘 내 기억들도

거기 멈춰버린 건 아닐까

잠에서 깨보니 아득히 먼 길

술 한잔 생각 날 때면

물 한잔 기울여주고

좀 서투른 내 고백엔

엉뚱해서 더 매력 있다던

걸핏하면 토라지고 끝내잔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을 흘리던

그런 널 흉내 내나 봐

지금 내 곁에 있는 그녀에게

잔소리 따윌 하곤 으시대며

잘난 척 하는 난

그런 널 닮아 가나 봐

더딘 내 기억들도

거기 멈춰버린 건 아닐까

잠에서 깨보니 아득히 먼 길

내 눈물이 말라 갈 무렵

그제서야 등을 돌린 채 울던 넌

깜빡 잠이 든 순간

천천히 나를 스치고 간 것 같아

그런 널 기다린 걸까

벌써 몇 년째 거길 서성이다

가끔 널 추억하며

슬픈 사랑 노랠 부르곤 해

그런 널 닮아 가나 봐

더딘 내 시간들만

거꾸로 돌아가 버린걸까

잠에서 깨보니 아득히 먼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