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이선희

떠나가는 것들의 이유라 하는 건

시간일 뿐이라고

모든 이별에 때가 되었듯이

별은 저기에 없다

아주 오래전에 빛 일뿐

우리 안에는 없다

봄날이었다 아 그땐 다 몰랐지만

너와 웃고 울고 꿈꾸며 좋았다

그토록 좋았던 그 많은 날들이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어

그 많은 기대와 놓친 꿈들이

모든 봄에 묻어 돌아오겠지

아름다운 날이었다

내 한 시절의 너와의 사랑은

단 한 번의 그 봄이었다

부르지 않아도 내게 와준 모든 건

머물러갈 뿐이라고

날 머물다간 모든 이름처럼

꽃들은 피어난다 가장 시린 겨울 지나

여린 고개를 든다

봄날이었다 아 그땐 다 몰랐지만

우리 웃고 울고 떠들며 좋았다

봄날은 가고 아 다시 돌아오지만

그 날의 봄은 이젠 아니겠지

그 많은 기대와 놓친 꿈들이

모든 봄에 묻어 돌아오겠지

아름다운 날이었다

내 한 시절의 너와의 사랑은

단 한 번의 그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