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김연우

버스가 코너를 돌아갈 때

휙 몸이 기울어져도

계단 오르다가 할머닐 도와도

모두 니가 니가 떠오른다니

 

약국 문 방울소리

마트에 카트를 밀어도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

그 자그만 숫자에도 니가 있어 널 누른다

 

다 온통 너 뿐이야

내 하루 속에 너를

피하기는 어려워서

나 하나하나씩 만나고 있잖아

손에 잡히지 않는 너를

 

다 온통 너 뿐이야 눈을 감아버리면

너무나 선명한 게 떨려서

겁이 나서 눈물 나서 눈을 떠

 

설거지 물소리도 TV속 남자배우도

니 타입이라던 라디오DJ

그 익숙한 목소리도 어디선가 듣고 있니

 

다 온통 너 뿐이야

내 하루 속에 너를

피하기는 어려워서

나 하나하나씩 만나고 있잖아

손에 잡히지 않는 너를

 

나 이러다 말겠지 끈기 없었던 나를

이럴 땐 믿어보겠어

자 하나하나씩 나타나주겠니

 

말 좀 걸어줘 날 좀 불러줘

다 온통 너 뿐이야 눈을 감아버리면

너무나 선명한 게 떨려도

겁이 나도 눈물 나도 눈 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