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

김연우

생각이 멈추는 그 곳엔 항상

너의 부스러기들만 한 움큼씩 쌓여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져

추억만 먹고도 사람은 살 수 있나봐

 

함께 보기에 참 좋았던 하늘

나눠 받기에 충분했던 햇살

여전히 아름다운데

 

사랑한 사람은 어제에 남겨두고

혼자서 걷는 오늘이 버거워

눈길 닿는 곳 모두가 너라서

두 눈 질끈 감아보지만

감은 두 눈에도 니가 보여

 

길 건너 신호등 앞에 설 때마다

니가 좋아하던 빵집 모퉁이를 돌때도

둘 곳 없는 한 손이 어색해

늘 니 손잡던 버릇이 아직 남아서

 

좋았던 날은 그리움이 되고

아팠던 날은 서러움이 되고

난 자꾸 니가 되어가

 

사랑한 사람은 어제에 남겨두고

혼자서 걷는 오늘이 버거워

눈길 닿는 곳 모두가 너라서

두 눈 질끈 감아보지만

감은 두 눈에도 니가 보여

 

살아 낼 수 있을까 너 없는 오늘 하루를

손길 닿는 곳 모두가 너라서

하루 종일 숨어보지만

 

햇살 닿는 곳엔 한 줄 바람이 닿는 그 곳엔

거짓말처럼 니가 있어

세상은 온통 니 부스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