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

김연우

어느 한순간부터 시작됐어

숨은 쉬지만 턱 막혀오는 듯한 그 답답함

너무 보고 싶어 뭐를 해야 할지 모르는 밤

 

위태로움까지도 느껴졌어

너를 볼 수 없는 시간들

떠올리고 그려보는 게 다인

텅 빈 하루의 위험을

 

날 구해줘 너를 멈출 수가 없어

내 온몸을 휘감는

엉킨 매듭이 모두 너였어

만질 수 없이 칭칭 감긴

내 두 손을 풀어줘

네 두 눈을 보여줘

널 내게 줘 널 끊을 수 없어

온몸에 퍼져 버린

너에겐 너란 해독제만이

이 고열을 내릴 수 있어

단 한 번만 놓아줘 이 고비를 넘겨줘

 

아니면 꽁꽁 묶어

몸부림치지 못하게 해줘

보기 싫은 그리움의 절정을

누가 보지 못하게

그 아무도 알 수 없게

내 자신도 기억 못 하게

뜨겁게 뜨겁게 체온을 끌어올려

너를 증발시켜줘

 

널 사랑해

혹시 기억이 사라지면

이렇게 지독하게 널

사랑했던 한 사람 있었음이

돌고 돌아 너에게 닿으면

은근히 기분 좋은 미소 딱 한 번만

널 사랑해

이 말 혼자 해도 좋은 걸

처음 내뱉었지만

허공에 맴돌다 끝났지만

지친 몸이 잠들기 전에

마지막 하기엔 너무나 좋은 말

사랑해

 

이제 이 순간부터 끝날 거야

숨을 쉬는지 않는지 난 알 수 없지만

혹시 깨면 널 모르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