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단】호랑 수월가
엔단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 채는 범처럼
태산에 날아들어 숨어드는 새처럼
동산에 뛰고 뛰어가는 천둥이 처럼
온 산에 풍물 막을 내리네
바람은 지친 끝에 밤에 몸을 뉘이네
별빛은 아득하니 은하수를 내리네
차가운 밤하늘의 세상이 젖어가네
그리워 홀로 타령을 하자
흘러가라 사랑 사랑아
덧없이 피고 떨어지는 꽃 송아
애닯구나 가락 가락아
눈물에 떨어진 별을 헤네
푸른 달아 오랜 고운 내 달아
비친 내 손에 내려 다오
은색 소매 내 곁에 두른 채로
한 번만 타는 입을 축여 다오
푸른 달아 다시 없을 내 달아
뻗은 손 끝에 닿아 다오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
고요한 바다위로 내 노래가 떠난다
소리도 부끄러워 숨죽이고 떠간다
달빛에 젖은 몸을 내놓고서 떠간다
한낮에 비쳐 오를 때까지
풍성한 가지 끝에 걸쳐있던 연으로
바람에 떨어져서 표류하던 잎으로
물위에 갈 데 없는 낡은 길을 짓다가
그립고 슬퍼 눈을 감으네
달아 달아 애달픈 달아
피었다 이내 숨어버릴 허상아
시리구나 세월 세월아
나날을 헤면서 현을 뜯네
푸른 달아 오랜 고운 내 달아
비친 내 손에 내려 다오
은색 소매 내 곁에 두른 채로
한 번만 타는 입을 축여 다오
푸른 달아 다시 없을 내 달아
뻗은 손 끝에 닿아 다오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
서로 가자 굽이 굽이 쳐가자
하늘에 닿을 너머까지
밤아 가라 훠이 훠이 가거라
산 위에 걸린 저 달은 태평가
서로 가자 굽이굽이 쳐가자
새벽을 닿을 너머까지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
하늘을 보며 그리는 풍류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나의 수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