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가로수길 (With 송유빈)

백지영

해가 저문 9시 옷을 걸치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집을 나설 때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오늘 하루 고생한 사람들이 모일 때

 

한잔씩 한 테이블씩 정리를 하고

힘들면 한 십 분씩 쉬기도 하고

한번씩 또 한번씩 생각난데도

보고 싶어도 이젠 아무 사이 아닌데

 

하루 종일 너라는 핑계를 대고

바보같이 노래를 불러보아도

아직도 날 올려다보던 네 눈빛

장난칠 때 웃으며 때리던 손길

 

사진 속을 몇 번을 들여다보고

한심하게 속앓이 흘려보아도

아무도 날 울리지 않는 전화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새벽 가로수길

 

해가 저문 9시 옷을 걸치고

아무도 남지 않은 거리를 나설 때

간판의 불빛이 하나 둘씩 꺼져도

사람들이 하루를 끝낼 생각 없을 때

 

한곳씩 한 정거장씩 집으로 가고

오늘 있었던 일 생각도 좀 하고

하나씩 또 하나씩 말하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이젠 아무 사이 아닌데

 

하루 종일 너라는 핑계를 대고

바보같이 노래를 불러보아도

아직도 날 올려다보던 네 눈빛

장난칠 때 웃으며 때리던 손길

 

사진 속을 몇 번을 들여다보고

한심하게 속앓이 흘려보아도

아무도 날 울리지 않는 전화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새벽 가로수길

 

가끔씩 다시 안고 싶을 때

아프지 않게 잡고 싶을 때

전화기 너머 듣고 싶을 때

항상 보고 싶을 때

 

하루 종일 너라는 핑계를 대고

바보같이 노래를 불러보아도

아무도 날 울리지 않는 전화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새벽 가로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