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눈

허각

어느새 그 차가웠던

긴 겨울에 하얀 눈도

스르륵 봄바람에 다 녹아내려요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려나요

눈부신 따스한 봄날엔

 

그토록 욕해대고 할퀴어대던 두 사람이

나였는지 그녀였는지 조차 잊어버린 듯

그 겨울 그 겨울이 그때 우리가 참 그리워

미운데 미운데 그리워

 

큰맘 먹고 살짝 열어본 내 창가에

눈부신 봄날 햇살 아래로

차디찬 눈이 내려요

작은 내 방에 내 텅 빈 가슴에

그 아팠던 상처가 또다시 덧나려는 듯

이른 봄날에 눈이 내려요

 

주르륵 흘러내린 내 눈물마저도 차네요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

 

누군갈 또다시 사랑하고 싶어서

미친 듯 거리를 걸어봐도

차디찬 눈이 내려요

내 두 눈가에 이 못난 가슴에

그 아팠던 상처가 또다시 덧나려는 듯

이른 봄날에 눈이 내려요

하얗게 추억들이 내려요

 

주르륵 흘러내린 내 눈물마저 차가운데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

따스한 봄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