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른다

김나영

억지로 누르고

누르다 시간만 흘러

애꿎은 우리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어 버렸어

전화하기엔 늦고

문자하기엔 애매한

그냥 또 누르고 누르다

그렇게 잠드는 거지 뭐

아침이면 이 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라

아무 말도 뱉지 못해

억지로 꾹꾹 눌러

내 마음을 누를 것인지

네 번호를 누를 것인지

새로운 내일의 그 아침이

밝아 올 수 있도록 그대여

하루 종일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멍하니 나 홀로

달리는 차창 밖을 봐

이 밤의 감정 기복이

나를 휘청거리게 해

그래도 괜찮다 괜찮아

그렇게 맘을 눌러

아침이면 이 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라

아무 말도 뱉지 못해

억지로 꾹꾹 눌러

내 마음을 누를 것인지

네 번호를 누를 것인지

그 하찮은 기로에서

빳빳하게 자존심만 세웠지

내 마음을 누를 것인지

네 번호를 누를 것인지

나 그냥 이대로 잠들어 버릴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새로운 내일의 그 아침이

밝아 올 수 있도록 그대여

억지로 누르고

누르다 시간만 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