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볼꺼나

류지수

닳고 닳은 기억 끝에

희미해진 얼굴이나 남으려나

그저 잊으려나

닦고 닦아 비춘 길에

떠나가는 발자욱이 남겨지면

따라갈 테니

바리고 가소 두는 맘 없이

내가 줍고 주워

그댈 묻은 그 자리에

꽃피울라요 우는 낯없이

목이 메인 소리로

끝내 부르네

이 생에는 못 볼꺼나 고운 임을

이승에 또 태어나도 그대뿐이

없고 없어 애통하요

보내드리오 속절없이

제아무리 꽃신을 신어도

그대 없는 이 땅에 디딜 곳 없는데

고된 맘을 품고서

헛된 시를 읊고서 나

그제야 놓아줄 테니

날 잊어가소 설운 마음 없이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던 그 날처럼

꼭 약속해요 사는날까지

오는 길 밝아도

돌아보진 말아요

이 생에는 못 볼꺼나 고운 임을

이승에 또 태어나도 그대뿐이

없고 없어 애통하요

보내드리오 속절없이

그댈 보고지고

나도 가고지고

지난한 날들을 원망에 살아도

곁에 살고지고 오래도록

알고 있어요

기약 없는 내 님

내 사랑

다음 생에나 잡을꺼나 고운 손을

하루라도 머문다면 모두 주리

웃고 울던 그 모든 날

보내드리오

썩은 그리움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