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다주는 길

박필규

무슨 일 있었니 아픈 덴 없니

요즘 많이 야윈 얼굴이야

넌 무표정한 얼굴보다 웃는 게

훨씬 더 예쁘다니까

버스를 타고서 집에 가는 길

뭐 재밌는 얘기라도 할까

나 준비한 건 여러 가지 많은데

어떤 말도 쉽지 않잖아

웃어주지 않을까 봐

네가 부담 될까 봐

멋쩍은 웃음 뒤로

너를 좋아한단 맘은 숨기고

그 사람 땜에 밤새 울고 웃는 그런 널 보며

난 고개만 끄덕인다

그 사람 얘기에 달라지는 네 말투

장난스러운 말만 건네는 나

이제 나를 보며 왜 그러냐 묻는 너

널 좋아해 말하고 싶은데

웃어주지 않을까 봐

네가 부담될까 봐

멋쩍은 웃음 뒤로

너를 좋아한단 맘은 숨기고

그 사람 땜에 밤새 울고 웃는 그런 널 보며

난 고개만 끄덕인다

어느새 너의 동네

가끔 데려다준 이 골목을 돌면

오늘도 고백 못 하고 난 돌아설 텐데

사실 널 많이 좋아해

처음 봤던 날부터

난 항상 너였다고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다고

내 마음속엔

밤새 너 하나만 가득하다고

네 표정을 바라본다

넌 고개만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