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TNDR

아무 말도 없었지 커피는 남겨둔 채로

그냥 멍하니 앉아

거리의 사람들 걸음을 재촉하는데

나는 여기에

혹시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었는지도

이젠 알 수가 없고

젖은 아스팔트 위엔 발자국 하나 남지 않고

이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도

지워지지 않는 너의 온기가

희미하게나마 남아서

너를 느낄 수가 있어서 그래

회색빛 거리 어지러운

도시는 너를 숨긴 채 고요하고

점점 스며드는 비에 조금씩

얼어붙어 가고 있을지도 난

오후 네 시 반 난 어쩔 수 없었지

밀려오는 창가에 잠시 기대어

비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먹구름 낀 저 하늘에

그대 먼저 와주길 바라면서

멍청하게 발걸음도 한 번 못 뗄까

이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도

지울 수가 없는 너의 향기가

흐릿하게나마 남아서

너를 느낄 수가 있어서 그래

우산에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

도시는 너를 숨긴 채 고요하고

조금씩 차오르던 너의 눈물로

어느새 하늘까지 잠겨버린 이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