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lia

권순찬

당신이 준 유리잔을 꽃병으로

결국 바꿔 쓰고 있어요

그 꽃병엔 달리아로

이 밤이 가득 채워지고 있네요

시들지 않길 바라며 바라봤지만

저문 날들은 기억 안 나네요

우린 그렇게 차츰 잊혀지겠지만

내 외로움은 누군가의 밤을 채워요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땐 나를 잊어주길 바래요

계절이 바뀌고 꽃들이 시들어 갈 때

비로소 마른 물에 잠길 수 있게

당신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이

전혀 없을까요

아플 때마다 티를 내고 싶은

그저 그런 마음뿐이에요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땐 나를 잊어주길 바래요

계절이 바뀌고 꽃들이 시들어 갈 때

비로소 마른 물에 잠길 수 있게

당신은 모르는 당신과의 추억은

내 젊음을 뺐아가기 충분해요

우린 그렇게 차츰 잊혀지겠지만

내 외로움은 누군가의 밤을 채워요

달리아를 몇 번이나 채웠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