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   ㅇㅇ

유귀

눈밭에 누워

등을 맞대고

한눈팔면서

눈을 맞을래

왼 손발이 차갑고

몸은 반쯤 얼었고

눈 밭에 누워

우린 말이 없었어

이대로가 나는 좋아졌어

눈 밭을 구르고 구르고 구르는 게

이대로가 나는 좋아졌어

아무렇게 다녀도 이 위가 눈밭인게

다른 말을 안 해도 난 괜찮았어

세상사 뜬구름 같은 거라잖아

난 햇빛이 들지 않길 바랄 뿐인 거야

지금 이 눈이 녹지 않게

눈밭에 누워

등을 맞대고

한눈팔면서

눈을 맞을래

왼 손발이 차갑고

몸은 반쯤 얼었고

눈 밭에 누워

우린 말이 없었어

처음 봤던 우리가

첫눈을 맞던 우리가

밤을 세던 우리가

금요일에 같이 모여놀던 우리가

선물을 건넨 우리가

다신 없는 우리를

오늘 이렇게 눕혀놨어

눈밭에 누워

등을 맞대고

한눈팔면서

눈을 맞을래

왼 손발이 차갑고

몸은 반쯤 얼었고

눈 밭에 누워

우린 말이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