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정유빈

아껴 쓰고 싶었던 나의 하루는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고

아물지 않은 자리를 다시 열어보고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겁부터 먹고 두려워하지

지겹게 지겹게

이런 나라도 시간이 지나면

안 그러고 싶을 때 내 맘대로 멈출 수 있을까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이 있잖아

차라리 익숙해지는 게 빠를지도 몰라

우리는 어째서

하루라도 어째서

아프지 않고 보낼 수 없을까

하루에도 수백 개의 질문 쏟아지는데도

어울리는 답변이라곤 하나도 없어

지금껏 내 모습들 살피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의 주인공처럼

틈만 나면 주머니 속

미련의 부스러기 한 조각씩 떼어다가

발자국 위에 조금씩 흘려두고 있었어

마치 되돌아갈 어딘가 있단 듯이

소리도 없이 계속해서 그래왔어

이런 나라도 시간이 지나면

안 그러고 싶을 때 내 맘대로 멈출 수 있을까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이 있잖아

차라리 익숙해지는 게 빠를지도 몰라

우리는 어째서

하루라도 어째서

아프지 않고 보낼 수 없을까

하루에도 수백 개의 질문 쏟아지는데도

어울리는 답변이라곤 하나도 없어

아쉬움이 무슨 취미도 아니고

툭하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며

그곳에 멈춰있던 나에게

네 탓이라고 앞으로는 마주치지 말자고

발치에 떨군 미련들을 다시 주워 담았어

우리는 어째서

하루라도 어째서

아프지 않고 보낼 수 없을까

하루에도 수백 개의 질문 쏟아지는데도

어울리는 답변이라곤 하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