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하현상

아무리 울어도 울어지지 않는 날에

조용히 파도가 말을 걸어오는 길에

언제까지 머물 거냐는 누군가의 말은

금방 돌아가겠다고 대답해보지만

나만 또 제자리에 서성이며

남아 있는데

어느 새벽달이 지나가네

난 오늘도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나

파도에 소리쳐봐도

들리지 않으니

그렇게 억지라도 웃어 보이는 건

내일이 있어서야

발걸음엔 그림자가 잔뜩 배어 있고

처음이 주는 떨림은 이젠 익숙해서

그냥 아무 대답도 못 한 채로

남아 있는데

어느 새벽달이 지나가네

난 오늘도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나

파도에 소리쳐봐도

들리지 않으니

그렇게 억지라도 웃어 보이는 건

내일이 있어서야

나를 좀 더 돌봐줘야겠어

외로움도 저 바다에 날려버리겠어

아무리 도망쳐봐도 아침은 올 테니

그렇게 너를 보며 웃어 보이는 건

등대가 빛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