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흥창에서
화나(Fana)떠올라
몰려와 북적이던 공연장
모였다 흩어지면 그저 밀려드는 공허함
고요 싸인 무대 꼬여 쌓인 까만 선과
고여 싹튼 후에 겨우 역사에 한낱 점 따위로
차차 녹아 덧없이 사라져갈
나와 몇 사람이 만든 작고 소박한 성과
황망한 공간 나만 덩그라니 남아 혼자
맥없이 갈라져가는 Epoxy 바닥 걷다
한눈에 담아본다
한참 동안 달아올랐던
노란 조명과 초록 Top Speaker
Console box 왼 편
좁다란 선반 안쪽 골방 창고 하얀 벽
막 또 한 장 늘어난 Poster 아래 빨간 Sofa
걸터앉아 병 하나 재떨이 삼아
몇 까치 말아 놓은 빵빵한 Roll 딱 입에 하나 꽂아
짧았던 하루가 연기를 따라 뽀얗게 잦아 들어가
잠깐 졸다 보면 한사코 아침은 밝아온다
광흥창에서
주어진 내 역할들
광흥창에서
그렸지 새 역사를
광흥창에서
추억이 되어가는
아름다운 내 성
광흥창에서
광흥창에서
주어진 내 역할들
광흥창에서
그렸지 새 역사를
광흥창에서
추억이 되어가는
아름다운 내 섬
광흥창에서
좁다란 지하 공간
아버지하고 짠 선반
어머니가 전한 털 담요로 취한 곤한 선잠
지방까지 가 산 악기와
손수 하나씩 잘라 붙인 방음판과 Sheet
탁잔 IKEA
장난치다 망가뜨린 싸구려 잡다구리한 집기
여름은 천국 같았지만 난방이 맛 간 AC
수많은 공연의 발자취가 남은 하얀 칠판
한 사람이 놔두고 간 가사지 안의 삶과 피땀
누군가 꼭 먹어보라 말한 Pizza
FANAfreaka Fan들이 준 냉장고
됐다고 해봐도 냅다 보냈던
필근이 공기 청정기
원정이 청소기
충동구입한 Walkie-talkie는
결국 한 번을 못 썼지
점점 이제 그 모든 건 추억이 돼
떨어진 쇠창살의 차음잰 여전히 못 고친 채
잠깐 지나고 보니 다 낭만이야
그리고 모두가 없었더라면 난 아마 미아
광흥창에서
주어진 내 역할들
광흥창에서
그렸지 새 역사를
광흥창에서
추억이 되어가는
아름다운 내 성
광흥창에서
광흥창에서
주어진 내 역할들
광흥창에서
그렸지 새 역사를
광흥창에서
추억이 되어가는
아름다운 내 섬
광흥창에서
광흥창에서
난 그렇게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었네
그중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
허나 항상 무언가를 얻고 또 무언가를 잃기에
정답은 없어
그저 다할 뿐이네
난 내 역할을 결정
평가는 뒤에
막을 닫네 서서히 광흥창에서
다른 이야길 써나갈게 이다음 장에서